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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우포의 연인’ 정봉채 사진작가


 

22년째 지독하다 싶게 우포늪을 찍어온 사진작가가 있다.

우포늪 생태계의 일부가 된 정봉채 작가가 자연이 주는 울림을 전한다.

글 김미영  사진 유근종

 

고교 시절 첫 끌림…22년째 우포늪 앵글에 담아

 

기습적인 한파가 찾아들었던 날, 창녕 우포늪 인근 정봉채 갤러리(100㎡)를 찾았다.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정봉채(65) 작가와 눈인사를 나눴다. 따뜻함과 냉철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눈빛이다.

 

50여 점 전시 작품이 우포늪의 속살을 살며시 드러낸다. 안개, 물결, 나무, 풀 등 일상적인 피사체가 작품 속에 고요히 자리 잡았다. 절제된 풍경과 색감이 동양적 세련미를 자아낸다. 정 작가에게 우포늪은 어떤 의미일까?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라고 하지요. 자연 앞에서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수행하듯 매일 우포를 기록합니다.” 이미 우포늪 생태계의 일부가 되어 호흡하고 있는 정 작가다.

 

고등학생 시절 마주한 우포늪의 첫 기억과 끌림이 교직 생활 중 전업 작가의 길로 이끌었단다. 우포늪에 빠져 스며든 축적의 시간을 정 작가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오늘도 나는 늪으로 간다.”

- 에세이<지독한 끌림> 본문 중

 


 

오랜 우포 생활의 깨달음 = ‘상호 시선’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물결을 포착한 작품에 덩달아 마음이 일렁인다. 물안개 피는 푸른 새벽을 담은 목가적 풍경은 야생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감상자에게 마음의 빗장을 열게 만드는 창작자의 시선이 궁금하다. 

 

“한 컷도 찍지 않고 바라보기만 할 때도 많아요. 피사체와 감정 교류의 시간이 필요해요.” 정 작가는 오랜 우포 생활에서 얻은 깨달음을 ‘상호 시선’이라고 말한다. 자연을 향한 일방적 시선을 멈추면 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진다고. 개와 늑대의 시간 맞닥뜨린 멧돼지 무리와 동행했던 사례, 의심 없이 렌즈 앞까지 다가온 고라니 일화는 정 작가가 이미 우포늪의 연인이자 가족임을 증명한다.

 

우포를 통해 ‘자연이 주는 울림’ 전하는 정봉채 갤러리

 

세계 람사르총회 공식 사진작가 역임,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홍보대사이기도 한 정 작가는 환경과 우포늪 보전에 관한 관심도 남다르다. 20여 년 전에 비해 현재 우포늪의 생태가 많이 훼손됐다며, 우포에 존재하는 것들을 드러내어 그 가치를 최상으로 높여주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한다. 정봉채 갤러리 운영도 그 연장선에 있다.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며 촬영을 강행하는 작가들에게 결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을 거라고 일침을 가한다.

 

야생곰의 습격으로 생을 마감한 ‘호시노 미치오(Hoshino Michio·1952~1996)’, 종군 기자로 활약하며 인간애를 실천한 ‘유진 스미스 (W.Eugene Smith·1918~1978)’와 같은 작가로 남고 싶은 정 작가의 바람은 우포 이야기를 세상과 공유하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복합문화공간 ‘F1963-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사진전도 계획 중이다. 도시 생활에 지친 모든 이에게 우포늪 사진작가가 전하는 야생의 힘을 충전하길 추천한다. 

 


 

정봉채 갤러리 

위치    창녕군 이방면 노동길 77

예약    10:30 ~18:00(매주 월·화요일 휴관)

             1일 3회(10:30, 14:00, 16:00) ※ 예약 필수(네이버 예약)

관람료  무료​

문의     010-8008-4111 

[사람에 반하다]‘우포의 연인’ 정봉채 사진작가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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